고사기는 서기 712년 5월 오오노 야스마로(太安萬侶, ? –
723)가 3권의 책으로 만들어 천황에게 바친 일본 최초의 역사서이다. 서기 713년 겐메이(元明)천황은 관명으로 전국 각 지방에 지방의 풍토기를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명하였다. 마을의 이름, 물산, 토지의 비옥상태, 산천원야의 명칭의 유래, 옛부터 전해 오는 전승등을 살펴 기록하도록 항목을 명백히 하였다. 그 가운데 이즈모(出雲), 하리마(播磨), 히타찌(常陸), 히젠(肥前), 붕고(豊後)등의 풍토기가 남아 있다.
서기 720년 일본서기 전 30권이 완성되었다. 권1과 권2를 카미요(神代) 상(上)과 하(下), 제3권부터 히토요(人代)의 진무기(神武紀)가 시작된다. 그리고 각권을 1대(代) 또는 수대의 천황씩 묶어 정리하였으며 권28권과 권29권을 텐무기(天武紀)의 상,하로 하고 권30을 지토우기(持統紀)로 하였다.
왜 일본은 이 무렵 자국의 역사서를 내는데 이렇게 심혈을 기울였으며 일본서기라는 역사서는 열도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8세기 초 일본의 지배층이 당면한 과제는 국제적으로 아시아의 패자 당나라와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위협을 피해야하는 외교적 문제가 가장 중요한 현안이었으며 그 다음은 국내문제로서 열도에서 배타적 왕권을 확립하고 열도의 아이덴티티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서기 660년 쿠다라(百濟)의 멸망과 663년 백촌강(白村江) 전투에서 백제와 왜가 패배한 뒤 당은 열도의 전후책임 문제로 대표단을 파견하여 왜의 책임을 물었다. 쿠다라와 왜는 당시 동체였고 왜의 지배층은 쿠다라 왕실 사람들이었지만 쿠다라가 사라진 시점에서 열도에서 자신들의 존속을 위해서는 쿠다라와 왜의 관계를 부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 다른 현안은 쿠다라가 없어진 상태에서 열도의 배타적 지배를 영구화할 방안이었다. 외국이 열도를 침략할 구실을 제거하고 자신들의 열도 지배를 영구적으로 확보할 방안으로 생각된 것이 역사서의 발간이었고 당시 사람들은 신의 이름을 빌리는 것이 사람을 설득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712년 성립된 고사기는 전3권 가운데 카미요(神代)가 1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720년 성립된 일본서기는 전30권 가운데 카미요(神代)가 2권을 차지한다. 역사서라고 하면서 신(神)으로 시작하는 것은 열도의 왕권이 하늘에서 나왔다는 것을 명시하므로서 왕실이외의 사람이 왕권을 탐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들의 꿈은 그로부터 1300년이 지난 21세기에도 유효하다. 그런 연유로 열도에서 황실의 피를 갖지 않은 자가 천황이 되겠다고 나선 자는 없었다. 역성혁명이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서는 또 열도는 만세일계의 천황가로 내려 왔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한 주장같지만 보다 심오한 의미를 내포한다. 일본서기는 기원전 660년 부터 열도에 왕이 존재했다고 기록하였다. 이는 열도가 백제의 지배하에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고 태초부터 스스로 자주권을 행사하며 영속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일본서기는 왜(倭)가 주권을 가진 나라였다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일본서기의 존재자체로 일본은 기원전 660년부터 주권을 가진 국가였다고 주변국을 세뇌시키는 효과를 발휘하였다. 21세기의 한국의 역사학자들까지도 일본열도에는 주권을 가진 왕이 존속해 왔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열도전체를 대표할 고대의 왕국은 존재하지 않았고 몇백년 존속한 왕국도 없었다. 있었던 것은 국지적이고 단속적인 지배층의 교체였으며 이들 지배층이란 모두가 외부에서 유입된 인간들이었다.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들이 지배층이 된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백제, 신라, 구야국의 건국은 모두 외부에서 유입된 인간에 의해 이루어졌다. 신라의 혁거세, 석탈해, 김알지도 외부인이며 백제의 온조, 구야국의 김수로왕이나 허황후가 모두 외부에서 유입된 인간들이다. 그런데 일본은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천황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본서기에 그런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천황이든 지배층이든 일본서기는 열도내의 계보로 둔갑시켰으니 일본서기를 보고 어떤 인물의 계보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세일계라는 이데올로기는 그렇게 역사를 형해화시킨다.
역사의 진실을 후세에 전하기 위하여 엄격하고 객관적으로 일본서기가 씌여졌으리라는 믿음은 일본서기를 공부하면 할수록 사라진다. 공부가 부족한 사람들이 일본서기를 정사라고 보는 것이다.
당과 신라의 위협으로부터 열도를 지키기 위하여 열도의 만세일계의 논리가 필요하고 국내의 배타적 지배를 위하여 천황가가 하늘의 뜻으로 열도를 다스린다는 프로파겐다는 일본서기를 통하여 확실하게 성취되었다. 역사서를 편찬한 사람들은 영원히 존속할 천황가의 틀을 설계한 것이다. 백제본국은 멸망하였지만 백제인들은 일본서기라는 역사서를 통해 열도에서 영원히 존속할 제국건설을 성취하였다. 그것이 텐무(天武)와 지토우(持統)의 염원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목적을 위하여 역사의 해석은 제멋대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역사의 단편적 파편들이 진실과 관계없이 목적에 부합되도록 가공되어 역사서가 씌여졌다. 고사기나 일본서기는 역사의 진실을 후세에 알리기 위하여 쓰여진 것이 아니라 황실의 존속을 위하여 역사의 진실을 감추기 위하여 쓰여진 것이다. 이는 역사서가 아니라 천황가를 유지하기 위한 경전에 다름 아니다. 고사기나 일본서기의 성격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것이 일본에서 최초로 나온 역사서라니까 중국의 사기나 한국의 삼국사기 같은 책으로 지래짐작하고 마는데 사실은 역사서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많은 책이다. 역사학자들은 이렇게 날조된 역사서를 기본으로 일본역사를 논의하고 있다.
1. 일본서기는 진무(神武)에서부터 천황들의 붕어년과 당시의 나이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사실과 부합된다고 생각되는 시점은 서기 535년의 안칸(安閑)부터이며 그 이전 기록은 진무의 연대를 기원전 660년에 맞추기 위하여 고의적으로 변경하였다. 고사기는 일부의 천황에만 붕어년을 밝혔는데 정확한 기록으로 판명되었다. 이 말은 고사기가 편찬된 시점까지는 날조(捏造)가 순진한 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된다. 일본서기의 경우는 철저한 날조가 이루어졌으므로 이 책을 정사(正史)라 보면 안 된다.
2. 일본서기의 진구우(神功)기는 가장 날조가 심한 부분 중의 하나이다. 진구우 39년, 그리고 43년 위지왜인전에 기록된 히미코(卑彌呼)가 위나라에 보낸 견사기록을 인용하였다. 위지왜인전은 서기 238년, 그리고 243년 히미코의 사신이 왔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얼핏 보면 진구우(神功皇后)가 이 시대의 인물인 것처럼 보이지만 백제관련 기사는 진구우(神功)가 근초고왕과 근구수왕 시대의 인물로 나타난다.
3. 이소노가미(石上) 신궁의 칠지도는 진구우(神功皇后)의 아들이 백제의 세자이며(근구수왕 다음의) 당시의 신분이 왜왕임을 공표한 근초고왕의 새서(璽書)였음을 증언하고 있다. 그러므로 진구우는 백제 침류왕모이며 근구수왕(귀수왕자)의 첩의 신분이었다. 귀수왕자를 일본서기는 오우진(應神)이란 이름으로 기록하고 진구우와의 관계를 모자간인 것처럼 왜곡하였다. 일본서기가 진구우의 기록을 과장하고 왜곡한 것은 그러한 사정을 감추기 위한 것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일본학자들이 자기들 형편에 맞게 칠지도의 명문을 해독해 번역해주면 그것을 사실이라 믿고 있다. (“83. 七支刀は 璽書である” 참조)
4. 일본서기 오우진(應神) 15년의 추 8월 백제의 왕이 아찌키(阿直岐)를 파견하여 양마 2필(良馬二匹)을 헌상했다. 그래서 아찌키 (阿直岐)로 하여금 카루노사카(軽坂)의 마굿간에서 사육시키고 그 곳을 우마야사카(厩坂)라 하였다. 아찌키(阿直岐) 는 또 문헌에 밝았다. 그래서 태자 우지노와키 이라쯔코(菟道稚郎子)의 스승으로 하였다. 천황이 “백제에 그대와 같은 후미요미히토 (博士, 글을 아는 자)가 있는가?” 묻자 아찌키가 와니(王仁)라는 자(者)를 추천했다. 그래서 아라타와케(荒田別)와 카무나키와케(巫別)를 백제에 보내 와니(王仁)를 데려 오기로 하였다.
16년 춘 2월 와니(王仁)가 왔다. 그래서 태자 우지노와키 이라쯔코 (菟道稚郎子)의 스승(師匠)으로 하였다. 여러 문헌을 학습하고 다방면의 지식을 공부했다.
같은 기사를 고사기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쿠다라(百濟)의 근초고왕이 암수의 말 두필을 아찌키시(阿知吉師)에게 딸려 보내 헌상하였다. 그리고 백제에 현인이 있으면 보내주면 좋겠다 하였더니 그 명에 좇아 보내 온 사람의 이름이 와니키시(和邇吉師)이며 논어 10권, 천자문 1권 합하여 총 11권의 책을 가져와 헌상하였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이 기사는 역사의 파편으로서 당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일본서기가
구체적인 맥락을 생략하였기 때문에 일회성 정보로 이해된다. 태자 우지노와키 이라쯔코(菟道稚郎子)는 실명이 아니라 대명사에 해당한다. 우지마을의 어린 도련님이란 의미이다. 이 사람이 바로 칠지도에서 거론된 세자기생(世子奇生)이며 진구우의 아들이다. 그가 근구수왕 다음에 백제의 왕이 되었고 백제왕이 되기 전 다섯 살 때부터 왜왕이었다. 나이가 어려서 어머니인 진구우가 섭정하였다는 기사는 진실이다. 백제와 왜는 당시 타국이 아니라 한 나라였다. 백제왕이 칠지도를 왜왕에게 헌상했느니 하사했느니 하고 떠들지만 진실은 단순하고 명백하다.
서기 1955년 소학교 다니던 시절 우리는 백제가 왕인박사를 일본에 보내 천자문과 논어를 가르쳐 주었다고 배우고 문화적 긍지를 느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근초고왕이 아찌키(阿直岐)나 와니(王仁)를 열도에 보낸 것은 자기 손자의 글공부를 돕기 위한 것이지 열도의 주권을 가진 왜왕에게 외교적으로 학자를 보낸 것이 아니다. 암수의 말을 보낸 것도 손자에게 주는 할아버지의 선물이다. 왜냐하면 다섯 살된 손자가 왜왕이었으니까. 이 무렵 백제와 왜가 일체였다 하여 그 후로 쭉 그런 것도 아니다. 시대에 따라 변화무쌍한 지배층의 교체를 겪어 온 일본의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일본서기 기사를 의문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만세일계란 인간세에 실재하지 않는 사고의 유희일 뿐이다.
5. 만세일계가 사고의 유희일 뿐이라면 일본서기가 기록한 계보는 신뢰할 수 없는 것이 된다. 그러나 진짜와 가짜가 같이 섞여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카미요(神代)에 등장하는 스사노오(고사기 須佐之男命, 일본서기 素戔鳴尊)는 열도의 이즈모(出雲)에 들어와 무력으로 광대한 지역을 정벌하였다. 사실상 그가 열도의 시조이다. 그는 지금의 춘천지방 (曾尸茂梨, 牛頭山)에 있던 말갈족의 영명한 지도자였다고 생각된다. 그의 아들이 오호쿠니누시(大國主神)이며 이즈모(出雲)에서 현재 나라현(奈良縣) 카시하라(橿原)로 진출하여 비로소 야마토(倭) 시대를 열었다.일본서기는 오호쿠니누시가 스사노오의 아들이라고 하면서 어떤 기록에는 7대 손이란 설도 있다고 소개하였다. 고사기는 스사노오의 6대 손이라고 기록하였다.
6. 5세기 중국의 동진(東晉), 유송(劉宋), 남제(南濟), 양(梁)의 사서는 왜의 5왕이 사신을 보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당시 왜왕의 이름을 찬(讚), 진(珍), 제(濟), 흥(興), 무(武)라고 하고 있으나 일본서기는 의도적으로 이와 관련된 내용을 감추었다. 특히 왜왕 무(武)는 서기 477년(송서), 478년(송서), 479년(제서), 502년(양서) 에 이름이 보인다. 왜왕무의 정체에 대해서는 “61. 宋書의 倭武王 上表文” 참조.
7. 서기 1873년 큐유슈우 쿠마모토(熊本)현 타마나(玉名)군의 에다후나야마 (江田船山, Eta
Funayama)고분에서 대도가 발굴되었다. 이 대도의 칼날에 75자의 글자가 은상감되어 있었다. 와카다케루(獲加多支鹵)대왕 치세에 매장자가 관리로 봉사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로부터 95년이 지난 서기 1968년 사이타마(埼玉)현 교다(行田)시 이나리야마(稻荷山, Inariyama)고분에서 전장 73.5 센티미터의 검이 발굴되었는데 115자의 글자가 금상감되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거기 와카다케루(獲加多支鹵) 대왕 시대 봉사하던 관리가 8대에 걸친 조상들의 계보를 기록하였다. 이 검에는 신해(辛亥)년에 제작했다는 기록이 있어 서기 471년 제작으로 본다. 현재 큐우슈우 쿠마모토(熊本) 현과 혼슈우의 사이타마(埼玉)는 몇 천리 떨어진 곳인데 두 곳에서 발굴된 대도와 검에 같은 대왕(大王)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으나 일본서기에 이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53. 獲加多支鹵大王” 참조)
일본서기의 기록대로라면 이 시대는 유우랴쿠(雄略)의 치세에 해당한다. 일본서기는 유우랴쿠의 이름을 와카타케(幼武)라 하였으므로 일본의 학자들은 유우랴쿠가 와카타케루(獲加多支鹵)라고 결론지으며 쾌재를 부른다. 유우랴쿠의 이름에 우연이 무(武)자가 들어 있으므로 일본의 국수주의 학자들은 즐거워한다. 하나는 와카타케루(獲加多支鹵)의 타케에 비정할 수 있으니 좋고 또 하나는 왜의 5왕의 왜왕 무에 비정할 수 있어서 즐겁다.
그러나 일본서기가 기록한 유우랴쿠(雄略)기가 몽땅 픽션이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고사기의 유우랴쿠 기록은 단순하고 순진하다. 일본서기는 서기 456년부터 479년까지 유우랴쿠의 역사를 정교하게 기록하였다. 지나치게 정교한 고대사는 작위의 가능성이 크다. (“63. 유우랴쿠(雄略) 시대의 진상” 참조)
8. 코우겐(孝元)천황이 카후찌노 아오타마(河内青玉)의 딸 하니야스 비메(波邇夜須毘賣)와 혼인하여 타케하니야스 비코(建波邇夜須毘古, 248 - 287)를 낳았다. 후일 스진(崇神)천황 시대 타케하니야스가 반란을 일으켰다고 서기는 기록하였다. 반란을 진압하는 관군 사령관은 코우겐 천황 정실 소생의 아들 오호히코(大彦) 였다. 따라서 배다른 형제끼리의 전쟁이다. 오호히코의 부관으로 나이 20세도 안 된 히코쿠니부쿠 (彦國葺)가 참여하였다. 히코쿠니부쿠가 활을 쏘아 타케하니야스를 죽인 것으로 되어 있다. 여기 등장하는 히코쿠니부쿠가 카이카(開化)천황의 아들 히코이마스(彦坐)와 동일인이다.
고사기에 나오는 히코이마스(日子坐)의 계보에 아메노미카게 (天之御影) 카미의 딸 오키나가 미즈요리(息長水依) 히메와 혼인하여 미찌노우시(美知能宇斯)와 미즈호노 마와카(水穂之真若)를 낳았다고 되어있다. 히코이마스는 천황의 아들이므로 천황이 될 수 있는 혈통인데 정실부인으로 미즈요리 히메가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미즈요리 히메의 아버지의 본명이 빠지고 아메노미카게라고 기록되어 있다. 살펴보니 미즈요리 히메의 부친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타케하니야스였다. 그러므로 전쟁터에서 사위가 장인을 활로 쏘아 죽인 것으로 된다. 사실대로 기록하면 진상을 설명하기 구차하므로 미즈요리 히메의 아버지의 이름을 가명으로 처리했다고 생각된다. (84. 아메노 미카게 카미(天之御影神)” 참조)
또 타케하니야스의 어머니, 하니야스 비메의 아버지라고 기록된 카후찌노 아오타마(河内青玉)도 가명이며 실제로는 카모타케쯔누미(賀茂建角見)이다. 세월이 흘러 그들에 대한 평가가 변하여 카모타케쯔누미와 그의 딸 하니야스 비메(波邇夜須毘賣)는 쿄우토의 시모가모(下賀茂) 신사의 제신이, 타케하니야스 비코(建波邇夜須毘古)는 쿄우토의 카미가모(上賀茂) 신사의 제신이 되었다. 그러나 본명을 밝히지 않고 가명을 사용한다.
이와같이 일본서기와 고사기는 만세일계의 가계를 만드는데 진상이 밝혀지면 곤란한 부분을 가명으로 처리하여 진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궁리하였다. 이런 책을 정사라고 믿으며 거기 나오는 계보를 역사의 레퍼런스로 삼을 수는 없다.
9. 서기 1898년 찌쿠고국(筑後國) 코우라산 코우고이시(高良山神籠石)가 학계에 소개되면서 코우고이시(神籠石)의 존재가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코우라산(高良山)은 후쿠오카현(福岡縣) 쿠루메시(久留米市) 에 있다. 코우라산(高良山) 남측 약 1,500미터에 걸쳐 약 1,300개의 열석(列石)이 확인되었다. 북측에도 열석이 있었다고 추정되나 확인된 바 없다. 코우라산(高良山)의 코우고이시(神籠石)가 알려진 뒤 북부 큐우슈우에서 10개소, 세토나이(瀨戶內) 연안 6개소에 걸쳐 코우고이시(神籠石)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코우고이시(神籠石)란 표고 200 – 400미터의 산 허리에 수 킬로미터에 걸쳐 한변이 대략 70 cm 정도의 돌을 벽돌모양으로 다듬어 배열한 것을 말한다. 골짜기에는 성벽을 쌓고 수문을 설치하였다. 코우라산 코우고이시(高良山神籠石)가 발견되고 나서 처음에는 신성한 영역(靈域)을 표시한 것이라고 보았으나 그후 발굴성과가 쌓여 가면서 산성(山城)으로 밝혀지고 있다.
대략 70 cm x 70 cm x 100 cm 규격으로 돌을 벽돌처럼 다듬어 표고 200 – 400 미터의 산허리을 감싸, 산정(山頂)쪽으로 판축(板築)된 토루(土壘)를 설치하고 이 열석(列石) 바깥에 목책을 두른 것이 이 산성의 본래 모습이었다. 전쟁이 터지면 민간인과 군인이 모두 산 정상에 피신하여 적과 대치할 수 있도록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서기 텐찌(天智)천황 때 산성(山城)에 관한 기록은 많이 나와 있다. 백제 멸망 후 큐우슈우(九州)를 비롯한 여러 곳에 조선식산성을 축조한 기록이 있다. 그러나 코우고이시(神籠石)에 관해서는 역사 기록이 없다. 코우고이시가 조선식산성보다 시대적으로 앞 선다고 보나 누가, 언제, 왜 축조하였는지 모른다. (“62. 高句麗山城 高良山神籠石” 참조)
코우고이시(神籠石)에 관한 기사가 일본서기에 없는 것은 고의적인 누락이다. 외부에서 들어온 자가 코우고이시를 쌓고 나중에 천황이 되었다고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10. 일본서기 케이타이(繼體)기에 나오는 이와이의 난(磐井の乱)의 정확한 진상은 지금도 오리무중이다. 진상을 알 수 없도록 단편적인 정보를 나열하고 상관관계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이의 난 뿐 아니라 그 시대의 기사는 온통 수수께끼(謎)이다. 이와이의 난 이후에 케이타이 천황이 죽고 새로운 왕조가 들어선다. 그리고 서기 536년 소가노 이나메(蘇我稻目)가 등장한다. (“86. 이와이의 난(磐井の乱)을 보는 새로운 시각” 참조).
일본서기는 왜 역사를 이렇게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으로 기록하였을까?
그 대답은 일본서기 스스로 하고 있다. 일본서기는 케이타이(繼體)기를 끝내면서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백제본기의 기사에 의하면 서기 531년 진군하여 아라(安羅)에 이르러 걸둔성(乞屯城)을 쌓았다. 그 달 고구려 왕 안(安)이 시해되었다. 또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일본의 천황과 태자, 황자가 모두 죽었다. 신해년은 케이타이(繼體) 25년에 해당한다. 훗날 따져보는 자는 알게 되리라 (後勘校者知之也)”.
이 기사의 마지막 “後勘校者知之也”의 일구(一句)는 황실의 검열에 움추려든 일본서기 편찬자들이 남긴 처절한 절규이다.
그리고 서기 531년 안칸(安閑)천황이 새로운 시대를 연다. 일본서기는 안칸이 케이타이의 아들이라고 또 속임수를 써서 만세일계의 역사를 만들었다. 역사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훗날 따져보는 자는 알게 되리라”는 문구를 남겨 후세 사람들에게 자기들의 고충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하는 것 뿐이었다.
– 끝 -
